"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2007)"는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작품으로, 미국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탐욕과 신앙,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한 영화입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는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Daniel Plainview)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며,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업턴 싱클레어(Upton Sinclair)의 소설 '오일!(Oil!)'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20세기 초 캘리포니아 석유 붐을 배경으로 개인과 사회의 욕망을 강렬하게 그려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주요 인물들의 심리,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연출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줄거리와 시대적 배경
영화는 1898년 뉴멕시코 사막에서 은광을 캐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는 우연히 석유를 발견하게 되고, 이후 그는 광산업에서 석유 사업으로 전환하여 '오일 맨'으로 거듭납니다. 그의 탐욕과 집념은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끌지만, 동시에 그를 인간적 고립으로 몰아넣습니다.
다니엘은 자신을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포장하며 석유를 얻기 위해 작은 마을 리틀 보스턴(Little Boston)에 접근합니다. 그는 아들 H.W. 플레인뷰를 이용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석유 채굴권을 저렴하게 사들입니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또 다른 강력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 설교자 일라이 선데이(Eli Sunday)입니다. 일라이는 자신의 교회인 '제삼계시교회'를 통해 신도들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는 다니엘의 탐욕과 충돌하게 됩니다.
영화는 다니엘과 일라이의 대립을 통해 자본과 신앙의 대조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다니엘은 물질적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일라이는 자신의 종교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니엘의 탐욕을 이용하려 합니다. 이러한 갈등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며, 두 인물이 보여주는 탐욕과 집착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와 인물의 심리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인물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과 분노, 탐욕을 절제된 연기와 폭발적인 감정 표현으로 완벽히 전달합니다. 다니엘은 어린 H.W.를 양자로 들이지만, 그조차도 자신의 사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아들의 청력을 잃은 상황에서도 감정적 공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볼링장 장면'은 그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다니엘은 이제 모든 것을 얻었지만, 그는 공허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상태입니다. 일라이 선데이를 향한 그의 폭력적인 분노는 단순한 개인적 감정의 표출을 넘어, 자본주의의 무자비함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의 마지막 대사 "I drink your milkshake!"는 자본주의의 탐욕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연출과 영화적 미학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영화의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그는 로버트 엘스윗(Robert Elswit) 촬영 감독과 협업하여 광활한 서부의 풍경을 서늘하게 담아냈습니다. 영화의 첫 15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이 이미지와 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퀀스는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다니엘 플레인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그의 탐욕과 고독을 더욱 강조합니다.
음악 역시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의 음악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며, 불협화음과 날카로운 현악기의 사용은 다니엘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특히 석유가 처음 터져 나오는 장면에서의 음악은, 성공의 기쁨과 동시에 파멸의 시작을 암시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앤더슨 감독은 영화 내내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을 사용했으며, 이는 영화에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영화 속 대지와 하늘의 대비, 어두운 실내와 밝은 외부의 조화는 다니엘의 내적 갈등과 외부 세계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영화의 서사뿐만 아니라 감정적 깊이까지 전달하며, 영화적 미학을 완성시킵니다.
결론적으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자본주의의 본질과 인간의 탐욕을 강렬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놀라운 연기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섬세한 연출은 이 작품을 단순한 서부 영화나 역사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걸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화는 자본의 성공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대답은 서늘하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탐욕과 신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영화로 남을 것입니다.